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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아파트에 대해 말걸기

고층 아파트들의 웅변대회, 무엇을 주장할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2. 18.

얼마전부터 버릇이 하나 생겼다.
차를 타고 가다
아파트 벽면에 내걸린 플래카드 사진을 
한 컷씩 찍곤 했다.

아파트들은 말이 참 많았다.
특히 고층 아파트들은 더 말이 많았다. 

물론 아파트 주민들의 말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벽면을 활용해
'아파트정치'를 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을 모아보았다.
(안타깝게도 몇 컷은 실수로 지운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더 찍어보려고 한다)




서울 시민들은 세계 다른 대도시 시민들과 다르게 생활한다.
대부분의 세계 다른 도시 시민들은 저층에서 살고 고층에서 일하는데,
서울시민은 고층에서 살고 저층에서 일한다.
뭔가 이상하다.


멀리서 보면, 서울은 아파트의 도시다.
왠만한 고층빌딩보다 아파트가 더 높다.
아파트에 가려 왠만한 빌딩은 보이지도 않는다.
'아파트의 도시' 서울, 그 서울의 아파트들은 조용하지 않았다.

건대 앞에 있는 고층아파트 벽면에 내걸린 플래카드다.
주변에 또다른 고층아파트가 생겨 자신들의 조망권이 피해를 본다는 내용과
단지내에 종합스포츠센터를 약속대로 설치하라는 내용이다.

플래카드를 이용한 자기 주장은 서민들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고층아파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압구정동 유명 아파트도 이런 플래카드를 내걸고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주장했다.

단지내에 종합스포츠센터 설치를 주장하는 것을
저렇게 플래카드까지 내걸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야 했을까,
이것도 일종의 '시선공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았다.




측면에 붙은 플래카드 내용은 오묘했다.
'어느 정권 때 학교용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했나?'
플래카드가 퀴즈 형식이다.
행인들이 답을 해야 하나?

이전 정부와의 유착관계를 비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저래서는 며느리도 모른다.





강변북로를 따라가다 보면 볼 수 있는 플래카드다.
나름 타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왜 멀쩡한 새 아파트를 부수려고 할까?


'인테리어 오'로 불리기도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변 스카이라인에 대한 집착이 크다.
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고층아파트를 들일 모양인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 아파트 주민들은 저렇게 베란다에 가구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 광우병 소 수입 반대 플래카드처럼...
내건 사람은 집주인들...안 내건 사람들은 전세 사는 사람...이지 않을까?ㅋㅋ
 



서강대교 북단에서 볼 수 있는 플래카드다.
사실 이 아파트가 앞의 고층아파트보다 조망권의 피해를 더 볼 수 있는 아파트다.
이 아파트와 한강 사이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 소음과 분진에 대한, 합리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




상당히 정치적인 문구다.
아파트 옆으로 지나는 1번 국도 확장 문제를 빌미로,
재건축 허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쉽진 않을 것 같다.
관련법까지 개정해야 하니까...





아파트들은 웅변뿐만 아니라 자랑도 한다.
리모델링...재건축...그냥 조용히 하면 될 것을...
꼭 저렇게 자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