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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아파트에 대해 말걸기

꽃남 김현중이 깔릴 뻔한 재건축 아파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5.

얼마전 꽃남 김현중이
어느 TV토크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가출해서 재건축 아파트 지하실에서 자다가
깔려죽을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지하실에서 나와보니
자신이 잤던 아파트만 빼고
주변아파트는 전부 철거했더라는...
여차했으면 '잠실참사'의 희생자가 될뻔 했다는...

김현중이 죽을뻔한 재건축 아파트는
잠실시영아파트였던 것 같습니다. 
그가 바로 옆 장미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꽃남 김현중이 죽을뻔한 자리에 들어선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단지.



꽃남 김현중처럼 이 파크리오 아파트도 아주머니들에게는 '꽃남 아파트'로 불립니다.
아파트단지는 클수록 인정을 받는데, 이 아파트단지의 전체 세대수는 6864세대(66개동)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단지 중에 가장 큽니다.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아파트 시가 총액 합이 6조4천억원으로 전국 2위(전국 1위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로 약 7조원 규모)라고 합니다. 
 
제가 여기 살게 된 것은 '불황'과 '전세물량 폭주' 덕분이었습니다.
불황에 '역전세난'이 생길 정도로 전세값이 떨어졌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지난해 하반기 이 파크리오단지와 함께 주변에 5500세대 규모의 단지 두 곳(엘스, 리센츠)이 들어서면서 전세값이 폭락했습니다.
저도 그 틈에 '강북에서 강남으로' '한강이 잘 보이는 아파트가 잘 보이는 아파트'에서 '한강이 잘 보이는 아파트'로 옮겨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1989년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어머니와 함께 단칸 셋방에서 살기 시작한지 꼬박 20년만의 일이었습니다.
갑자기 중산층이 된 듯한 기분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남의 집이지만...

그러나 2년 뒤에 제가 이 아파트에 계속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두 달 사이에 벌써 전세값이 벌써 33% 정도 올랐습니다.
(22개월 뒤에는 얼마나 오를지...)
다시 강북으로, 다시 '한강이 잘 보이는 아파트가 잘 보이는 아파트'로 퇴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한...
아무튼 이 아파트에 사는 동안 '아파트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꽃남 김현중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꽃남 김현중이 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잠실시영아파트 지하실에서 죽을뻔했다는 것은 저의 추정입니다.
하지만 90% 정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가 이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있는 장미아파트단지에 살고 있고,
잠실시영아파트가 재건축되는 동안 슬럼가처럼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다른 동이 전부 철거되는 동안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았던(그래서 그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동이 한 동 있었습니다(조만간 한 동만 딸랑남은 재건축 당시 사진을 구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아파트단지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단지 근처에는 그가 친구들과 동업해서 만들었다는 치킨집도 있습니다.
김현중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던 잠실시영아파트단지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요?


꽃남 김현중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작살치킨'의 홍보전단지.



이 아파트단지 이야기로 돌아와서, 먼저 이 아파트단지의 기구한 사연을 전해보겠습니다.
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잠실시영아파트는 우리나라 아파트 1세대에 속하는 아파트였습니다. 박정희 정부가 의욕적으로 만든 단지 중 한 곳입니다.
그러다 아파트가 노후되어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을 만들고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을 시공사로 정해서 아파트단지를 세웠는데,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습니다.

재건축조합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고...
새로 뽑힌 재건축조합장은 백주에 테러를 당했고...
재건축조합에 대한 야당이 만들어지고, 그 야당에 대한 야당이 다시 만들어지고...
단지가 완성되고 입주한 후에 치러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에서는 재건축 조합에 대한 심판 선거가 치러지고...
입주자대표회의 당선자 측은 조합세력에 대한 숙청을 예고하고...
아파트단지를 둘러싼 정치가 정말 가관이더군요.

아마 서울에서, 그것도 송파에서, 이런 대규모 단지에서, 삼성 현대 등이 시공사인 상황에서,
이 정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다른 재건축아파트단지의 경우는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재건축을 하면 돈이 된다고만 들었지, 그 판이 이렇게 살벌한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아파트는 완공되었고 사람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 다들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보니까 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까지, 혹은 들어선 이후 세 가지 큰 전쟁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공사와 재건축조합원들 사이의 건축비 전쟁입니다. 구도가 정말 복잡합니다.
다른 하나는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전쟁입니다. 정말 불꽃 튑니다.
마지막 하나는 엄마들의 교육전쟁입니다.

이 세 전쟁을 비롯해 '아파트단지'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결혼을 하면 인생의 목표가 아파트단지에 수렴되곤 합니다.
더 넓은 평수로, 전세에서 자가로, 학군 좋은 곳으로...
단순한 물욕을 떠나서, 애를 낳고 기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 넓고 더 편하고 더 좋은 아파트'에 대한 로망...

단순한 주거공간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아파트단지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 큽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이 걸린 재건축 조합이 부도가 나기도 하고...
반값아파트 관련 법이 입법되었다고 하는데,
한번 아파트단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면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도 파크리오 단지에서는 이사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