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고 있지만
사실 방송사에서 기자와 PD는
'개와 고양이' 사이 정도로 서먹했습니다.
특히 저널리즘을 놓고
'나와바리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기자들은 'PD저널리즘'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함께 싸우면서 변했습니다.
MBC 기자들은 <PD수첩>을 지켜주었고
KBS 기자들은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시사투나잇> 폐지 반대를 외쳤습니다.
폐지된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작가들. 마지막 방송날, PD들만큼 작가들도 많이 울었다.
'독설닷컴'에서는 한 발 더 나가서, '작가저널리즘'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시사프로그램 작가 중에는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메인작가가 많습니다.
순환제로 근무하는 PD들보다 이 작가들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둥 역할을 하곤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내용인 것 같은데, '독설닷컴'에서 한번 화두를 던져보겠습니다.
이미 몇몇 작가분들께 메일을 보내 놓았습니다.
(주변에 좋은 시사 작가분 계시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저널리즘'을 다루기에 앞서, 기자들이 보는 'PD저널리즘'에 대한 평가를
경향신문 이재국 선배의 글을 통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재국 선배가 <KBS PD협회보>에 보낸 글을 올립니다.
('독설닷컴'은 <KBS PD협회보>와 기사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저도 이 선배와 비슷한 생각입니다.
조선시대에 사헌부와 사간원뿐만 아니라 홍문관에도 간언을 할 수 있게 했던, 비판기능을 분산시켰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PD저널리즘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널리즘의 본령과 PD 저널리즘
이재국 - 경향신문 미디어팀장
편집자주 : PD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우리들의 영원한 이 화두에 대해 경향신문 이재국 미디어팀장이 글을 보내왔다. 이 팀장은 우리사회 저널리즘을 망치고 있는 주범은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는 ‘폴리널리스트’들이며, PD저널리즘은 기자들의 ‘네러티브 저널리즘’과 교감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어느날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7회 송건호 언론상 시상식을 지켜보던 때를 다시 떠올려본다. 연례적으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이 누구냐는 설문 조사를 할때마다 단골로 1위를 차지하는 인물, 독재정권의 집요한 탄압과 회유속에서도 역사적 진실에 천착했던 기자정신의 표상이 송건호 전 한겨레신문 사장이 아니던가. 그런 분의 정신을 기리는 상을 MBC PD수첩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함께 공동 수상하는 자리였다. 기자가 아닌 PD들이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날 PD수첩 제작진에게 축하를 건네면서 상을 받는 것은 단순히 그들만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이 땅의 참 PD들과 PD 저널리즘이라는 생각을 했다. “금기와 성역에 도전하며 진실을 추구했고,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PD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을 개척했으며, 객관적인 사실보도의 차원을 넘어 시청자 스스로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바를 고민하게 만드는 심층보도”가 결코 특정방송사 특정 프로그램 PD들에게만 건네지는 헌사는 아니라고 여겼다. ‘기자정신’, 저널리즘이 더 이상 기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신문의 위기, 기자의 위기,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말이 일상화된지 오래다. 오랜기간 자기 반성이 부재했던 기자집단의 오만과 일탈, 직무유기의 당연한 댓가다. 신문이나 기자 모두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것 역시 자업자득이다. PD들의 심층 탐사 프로그램, PD 저널리즘에 대한 언론학계의 높은 평가와 대중의 환호는 바로 기자들의 일탈과 직무유기를 자양분삼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엄정하게 따져볼때 기자 저널리즘이 따로 있고, PD 저널리즘이 별도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의 역할, 저널리스트로서의 주어진 의무에 충실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기능 측면에서 몸통은 결국 하나라고 본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무엇보다 진실 추구와 권력 비판 등 환경 감시다. “진실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용기가 바로 기자정신”이라고 했던 이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의 언급은 이 땅의 기자나 PD 등 모든 저널리스트들이 새겨야할 금언이다.
당위의 문제가 정작 우리 언론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한국 기자나 PD들중 과연 어떤 집단이 진실 추구를 위해 권력의 독립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할수 있는가.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면서도 통절한 반성문을 작성해야할 집단은 바로 기자사회라고 답하지 않을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전례없이 난무했던 폴리널리스트들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는 언론인 출신 인사 41명이 무더기로 몰려갔다. 대선 이후 낙하산 투입 등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 된 이들의 언론사 전력을 보면 기자 출신이 40명, PD 출신은 단 한 명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동문회보와의 인터뷰에서 PD들의 권력화를 비판하며 ‘저널리즘의 기초’ 운운한 김인규 전 KBS 이사 또한 기자 출신 폴리널리스트의 대표적인 인사다. 기자정신, 저널리즘을 입에 올리는 것 조차 부끄러워해야할 사이비 언론인들이 가증스럽게도 거짓이 참인양 우겨대며 시대의 역주행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 횡행하고 있는 퇴행과 이른바 ‘수요회’와 같은 특정 기자들 중심 사조직의 기승은 저널리즘의 본령에 정면으로 반하는 추태다. 그들이 공영방송 KBS를 농단하고자 공모한 반(反)PD 정서 조장은 역설적으로 KBS가 권력의 주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식있는 PD들의 역할, PD 저널리즘의 실천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2000년 일단의 미국 언론인들은 언론이 지켜야할 기본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토의와 2년여간 여론수렴의 결실로 ‘저널리즘의 기본 요소’(The Elements of Journalism)를 출간했다. 책은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가 진실추구이며, 저널리즘은 어느 누구보다 시민에 충실해야 하고 중요한 것들을 흥미롭고 적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저널리즘은 대중의 비판과 화해를 위한 공개 토론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저널리즘의 강조점들은 최근 한국 기자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이른바 내러티브 저널리즘, 한국형 이야기 기사 쓰기의 고민과 닿아있다. 한국 기자사회가 고집해온 역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의 글쓰기가 언론의 정파성과 맞물려 언론 수용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반성이 출발점이다. 특종과 속보 경쟁에 매달려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던져주는데 급급한 권위주의적 글쓰기가 아니라 독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흥미와 의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기사가 위기의 저널리즘에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따지고 보면 한국 기자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 기사는 이미 PD들이 만들고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장르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계적 균형이나 객관성 신화의 포로가 되기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인물과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도록 하는 고발자이자 안내자로서의 저널리스트 역할에서 지금은 기자 사회가 PD에게서 배워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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