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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국립오페라합창단' 부활하라

'프리마돈나'에서 '연설녀'로 거듭난 한 소프라노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5. 21.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때로 인생은 우리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다 놓곤 한다.
파업하던 기자가 '퀴즈영웅'이 되기도 하고,
집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하던 백수가 예언자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던 소프라노가 '연설녀'로 거듭나기도 한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이었던 이윤아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늘은 이씨가 동료 단원들과 함께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에 항의해 거리에 나온지 백일째 되는 날이다.
촉망받는 소프라노로 '프리마돈나'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이제 '연설녀'로 거듭났다.
동료들은 그녀의 노래만큼 속시원한 연설에 갈채를 보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임 압박에, 최근 사퇴를 결심한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을 위해
그녀는 문화부 앞에서 황지우의 시를 읽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염원까지 담아서.

소나기처럼 시원한 그녀의 연설 동영상을 올린다.





더불어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의 노래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월급 70만원도 받을 자격이 없을 만큼 형편없는 성악가인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