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병순 사장은 KBS를 인터넷 방송으로 만들려나 봅니다.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작가들을 퇴출시키고 '피디집필제'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좀 있으면 촬영감독을 퇴출시키고 '피디촬영제'를 시행할 것 같습니다.
좀더 지나면 출연자도 퇴출시키고 '셀카'로 찍어오라고 할 것 같습니다.
'PD집필제'는 공영방송 사장의 저렴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입니다.
'작가 죽이기'에 맞서 '제작 거부 선언'을 한 KBS 작가분들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KBS가 불러도 가지 않겠다'라고 보이콧을 선언한
MBC SBS EBS 작가분들도 지지합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KBS 출연 거부 선언'에 동참합니다.
(이런 선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선방 날립니다.
이병순 사장이 '부르지도 않을텐데, 안 온다고 지랄이야'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KBS의 인터넷방송화'에 반대합니다.)
주> 'PD집필제'와 관련해 KBS 구성작가협의회의 성명서를 첨부합니다.
이 글을 조목조목 읽어보시면 무엇이 문제인지 잘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MBC SBS EBS 구성작가협의회의 성명서와
한국방송작가협회 정책팀의 관련 문건도 함께 올립니다.
폐지된 '생방송 시사투나잇'팀의 작가들. 마지막 방송이 되던 날 찍었다.
KBS는 작가퇴출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5월19일 KBS 구성작가 협의회는 제2차 비상총회(참석인원 174명)에서 KBS의 <피디집필제>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피디집필제>가 부분 혹은 전면 실시되고 있는 11개 프로그램-KBS 스페셜,환경스페셜, 역사 추적,걸어서 세계속으로, 추적60분, 시청자칼럼,6시 내고향,풍경이 있는 여행, 과학카페,30분 다큐, 생방송 세상의 아침 토요일편-에서 <피디집필> 할당량을 즉각 철회하고 <피디집필제>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피디집필제>가 곧 구성다큐 작가의 퇴출이며 이를 통해 한국 방송의 질을 저하시키려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 않을 시에는 KBS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 다큐 작가들은 생존권을 지키고,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발전시켜온 ‘방송작가“의 명예를 수호하며, 우리 방송의 질을 확보해내기 위해 전면 제작거부까지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왜 <피디집필제>를 거부하는가
구성 다큐작가가 방송 프로그램을 망치고 있다는 KBS 논리는 부당하며 인정할 수 없다.
KBS는 4월20일 개편을 앞두고 내놓은 보도자료에 ‘현장 취재에 임하지 않은 작가가 원고를 씀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공정성,객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과연 그러한가. 어떤 근거로 이러한 부당한 언사를 자행하는가.이에 구성다큐 작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프로그램 제작에 기여했던 모든 역할을 단번에 무시해버리는 <피디집필제>를 우리는 거부한다.
작가를 퇴출시키는 <피디집필제>는 방송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현재 <피디집필제>가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과연 실제 작가의 지원없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아니다. 피디들은 인정에 호소해 도움을 요청하고, 이제 방송에 입문한 지 1년도 안된 자료조사에게 구성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원고를 쓰고 나서 작가에게 첨삭을 해달라고 검토를 요청하기도 한다.한마디로 좌충우돌,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피디들이 무능하기 때문인가? 게으르기 때문인가? 결코 아니다.구성다큐 작가는 단지 원고만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획에서 취재, 내용 구성, 영상편집 구성, 원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방송전문인력이다.따라서 <피디집필>이라는 것은 비단 피디에게 원고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제작 전 과정을 ‘작가’라는 전문인력의 도움없이 진행하라는 뜻이다.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발전에 따라, 우리 방송의 발전에 따라 이제 더 이상 피디 혼자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이 돼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청자의 눈높이는 전문 인력들이 다수 투입돼 만들어지는 고품격 방송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지속될 경우 방송의 질이 저하됨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고품격 방송컨텐츠를 만들고 전문 방송인력을 양성해 방송통신시장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KBS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피디집필제>는 KBS 전 피디를 모욕하고 피디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피디죽이기>다.
지난 30여년간 KBS는 단 한번도 <피디집필제>를 제도적,정책적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이는 지난해 8월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벌어졌다.KBS는 이를 통해 피디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고 주장한다. 피디의 경쟁력강화를 논하면서 피디와 파트너쉽을 이뤄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를 퇴출시키려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전문제작인력을 보충해주지는 못할망정 ‘너 혼자서 만들어봐라’ 피디들을 벼랑끝으로 모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인가.
우리는 KBS에서 <기자 경쟁력강화> <아나운서 경쟁력강화> <엔지니어 경쟁력강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직 피디들만이 도마위에 올라있다. 기자들은 직접 원고를 쓰는데 왜 피디들은 원고를 쓰지 못하는가 이야기한다. 집필을 하면 유능한 피디, 집필을 못하겠다고 하면 무능한 피디라고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1분30초 기사와 60분 다큐멘터리 원고를 동일시하는 유아적 발상으로 피디의 제작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피디집필제 우선 시행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이다.프로그램별로 20%에서 100%까지 피디집필 할당량을 정해놓고,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암암리에 피디 집필을 강요하고 있다.물론 과거에도 직접 원고를 쓰는 피디는 있었다.그러나 그것은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지금처럼 강제적이고 정책적인 시행은 아니었다.
피디의 경쟁력은 원고를 쓰느냐 쓰지 못하느냐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프로그램 한편을 만드는데 피디는 작가와 자료조사, 카메라맨과 아나운서, 전문 출연집단, 해당 각 분야 전문가,기술 엔지니어 심지어 성우와 음악전문가,음향전문가,그래픽전문가 등등 수많은 전문인력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이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어떻게 모으고 진두지휘해서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데서 피디의 능력은 평가받는 것이다.그런데 피디집필제를 내걸고, 피디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작가를 퇴출시키면서 피디의 작업여건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결국 이는 피디제작 시스템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며 KBS 전 피디를 모욕하고 피디를 죽이기 위한 방책이다.
30여년간 우리사회가 일궈놓은 방송전문인력인 ‘방송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다.
현재 KBS가 직접 제작하는 교양 구성 다큐 프로그램 30개에 150여명이 일하고 있고, 외주사에서 제작하는 KBS 프로그램 16개에 200여명의 작가가 있다.한국방송작가협회에 등록된 구성다큐 회원수는 850여명에 달한다.(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은 직접 원고집필한 지 4년이상 경력자). 전국 4년제 대학 신방과, 언론정보학과,미디어영상학부에 방송작가 교육과정이 포함돼있고 2년제 전문대학에는 ‘방송극작과’라는 ‘방송작가’ 양성 전문 학과가 개설돼있는 상황이다. KBS MBC SBS 3대 공중파 방송사들이 앞장서서 아카데미를 만들고 교양 구성작가를 교육,양산시켜왔다.이는 우리 방송에서 ‘구성 다큐작가’라는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방송가와 전 사회가 합의하고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중파 3사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성다큐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KBS가 작가퇴출을 자행하고 있다.이는 곧 ‘방송작가’라는 직업군을 말살하겠다는 거대한 음모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구성다큐 작가에 대한 KBS의 대우는 차마 지적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3년차 작가가 월평균 100만원을 받는가 하면 150여명 전체 작가중 연봉 4천만원선 작가가 불과 10여명에 불과하다.10년이상의 경력작가 중 태반이 연봉 2천만원선이다.이런 상황인데도 KBS는 누적 적자를 이유로 2008년 가을개편과 2009년 봄 개편에 각각 10%씩 총 20%의 원고료 삭감을 자행했다. 그래도 작가들은 참았다.아무런 항변없이 KBS를 위해 이를 수용했다. 그러자 이번엔 또다시 <피디집필제>라는 명목으로 작가 수를 줄이고 있다. 2009년 가을 개편에 ‘소비자 고발’ ‘생로병사의 비밀’ ‘다큐3일’에도 <피디집필제>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를 확대해나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곧 전체 구성 다큐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다.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최저생활을 강요하는 저임금속에서도 오로지 방송의 질을 위해,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온 KBS 구성다큐 작가들은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열심히 뛰고 있는 KBS 피디를 모욕하는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보다 나은 고품격 방송을 만들기 위해, 우수한 방송을 기대하는 우리 시청자를 위해, 한국 방송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KBS 구성 다큐 작가들은 요구한다
-KBS는 <피디집필제>를 즉각 전면 철회하라.
-KBS는 <피디집필제>라는 명목으로 자행하고 있는 <작가 퇴출>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KBS는 <작가 퇴출>이라는 방식으로 자행하고 있는 <피디 죽이기> 를 즉각 중단하라.
-KBS는 ‘공정성 객관성’ 운운하며 구성다큐 작가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
공개 사과하라.
-KBS는 구성 다큐 작가의 처우와 역할을 개선하라.
-KBS는 즉각 구성 다큐 작가들과 대화하라.
KBS 구성작가 협의회
"KBS의 ‘피디집필제’ 전면중단을 촉구하며"
MBC 구성작가협의회는, 구성 다큐 작가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우리 방송의 질을 확보해내기 위한 KBS 작가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 MBC구성작가협의회는 5월 20일 비상총회를 열어 KBS 작가들의 ‘피디집필제’ 전면 거부 투쟁에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시사교양국 외 보도제작국, 스포츠국, 외주제작사에서 MBC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시사·교양·다큐멘터리 작가 102명이 함께 했다. 아울러 향후 KBS 작가들이 프로그램 집필 중단에 돌입할 경우, MBC 작가 일동 역시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해 연대 ‘보이콧’에 들어갈 것임을 밝힌다.
KBS 구성작가협의회가 마침내 ‘집필 중단’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집필 중단이란, 앞으로 영영 손에서 방송 일을 놓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만 하는, 방송작가에겐 생존을 건 마지막 저항 수단이다. 무엇이 동료 작가들로 하여금 이런 사상 유례 없는 격한 투쟁의 길에 나서게 했는가.
봄 개편을 맞아 KBS가 이른바 ‘피디집필제’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디집필제’라는 명칭 자체가 제작 과정에서의 작가 영역을 축소· 왜곡하고 있어 그것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시행 명분으로 KBS가 내세운 ‘객관성’ 운운 주장이 명백히 작가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작가 역할을 폄하· 비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방송의 질이 나아진다면,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라면, 작가들이 이처럼 격한 투쟁의 장으로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우리는 KBS 작가들과 더불어 피디집필제 시행과정을 면밀히 주시해왔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갈등들은 피디집필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KBS가 말하는 ‘피디 경쟁력 제고’란, 수년 간 제작 파트너로 함께 일하던 작가들을 대거 축출한 뒤 남은 작가들을 변칙, 편법적인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한 것인가? KBS 임원진 중 누가, 피디 중 누가, 피디집필제를 하는 이유가 진정으로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함인지, 작가를 배제했을 때 프로그램의 질적 미래가 어떠할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가?
수레바퀴의 한 축, ‘작가’라는 이름
우리 작가들은 수십 년 간 피디와 분업체계를 이루며 시사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피디와 함께 해외 유수의 수상작들을 만들었고, 피디와 함께 우리사회를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피디와 함께 인간 삶의 감동과 대자연의 신비를 프로그램에 담아냈다. 화려한 무대와 영광은 오직 PD의 것이었지만, 프로그램의 성과와 노고는 그렇지 않음을 피디들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피디집필제가 작가 직군의 생존뿐만이 아닌, 동시에 프로그램의 질적 측면을 위협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불안한 신분과 초라한 밥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작가들이 방송에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이유는 ‘작가’라는 이름,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이었다. 더 좋은 프로그램, 더 나은 프로그램을 향한 열망이었다. 작가에게 그러한 열망, 더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던 방송사가, 이제 와 경제난 타개를 이유로 수십 년 간 힘들게 일궈온 작가라는 직군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데 대해 우리는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피디집필제, MBC와 SBS로 파급될 수도
더욱 심각한 것은, 피디집필제라는 제도가 KBS를 넘어 다른 방송사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작가들의 우려다. MBC가, SBS가, KBS의 수순대로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각 방송사마다 제작비 절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 방송사가 돈을 아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도를 도입했다는데 어느 방송사가 이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머지않아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질 대신 ‘작가 배제’ 수치를 두고 경쟁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KBS 작가가 따로 없고, MBC 작가가 따로 있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소속 방송사가 아닌, ‘구성작가’라는 이름이다. 언제든 방송사간 장벽을 넘나들며 일을 하는 전문방송인력-프리랜서 작가다. 피디집필제 전면 거부 투쟁에 KBS 작가가 아닌 우리가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는 이유다.
MBC 시사교양국, 보도제작국, 스포츠국, 외주제작사의 102명 작가들은 MBC 작가가 아닌 한 명 한 명 ‘구성작가’의 이름으로, KBS 피디집필제의 전면중단과 함께 책임 있는 임원진이 즉각 KBS구성작가협의회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만약 KBS 작가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집필중단에 돌입할 경우, 우리 역시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해 전면 보이콧에 들어갈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피디집필제가 KBS 외 다른 방송사에서도 단행될 경우 전체 시사·교양·다큐멘터리 작가들과 연대해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임을 밝힌다.
MBC 구성작가협의회
강숙경 고희갑 고혜림 곽민혜 권은경 김경선 김경진 김경화 김보라 김보미 김세진 김신애
김연수 김은아 김은희 김정연 김정은 김주현 김주희 김초희 김태윤 김한나 김현정 김현주
김현필 남혜영 노경희 노진아 문소영 박금황 박민정 박선영 박선하 박성혜 박세나 박소현
박수진 박윤미 박혜성 백정현 백종숙 서영빈 서혜령 석영경 성이정 성채민 손수희 송자영
신용희 신해연 안지연 양유진 양재희 예치응 오명선 오승연 윤미정 윤민정 윤혜정 윤희영
이경미 이민숙 이새미보담 이아미 이선영 이소영 이소정 이소정 이순남 이정수 이주희
이지민 이진주 이화영 이화정 이효진 임명희 임소진 임승연 임효주 장성미 장윤영 장은정
장형운 장희은 전미진 전수영 정수경 정은숙 정재홍 조영채 조현희 조희정 차지현 최 림
최윤정 최지희 황가영 황은실 홍난숙 홍승희 홍현애
<SBS 구성작가협의회>는 KBS의 <피디집필제>를 반대한다
5월 21일 SBS 구성작가협의회는 비상총회에서 KBS 구성작가협의회의 <피디집필제> 전면 거부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우리는 지난 4월 20일 KBS가 일방적으로 단행한 <피디집필제>의 시행과정을 예의 주시해왔다. 프리랜서인 구성다큐작가는 방송사에 소속되지 않아 타 방송사에 스카웃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KBS와 SBS는 어느 방송사보다 작가 교류가 빈번하기 때문에 KBS에서 단행되는 <피디집필제>는 SBS의 구성다큐작가들에게도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실상을 드러낸 <피디집필제>의 이중성에 SBS 구성다큐작가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피디의 경쟁력강화를 이야기하면서, 실상은 방송원고 뿐 아니라 전화취재 및 섭외, 구성안 작성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참여해온 전문인력인 구성다큐작가를 대량감원하고 나아가 '구성다큐작가'라는 직업군을 말살하려는 것으로 보여지는 <피디집필제>는 전체 구성다큐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므로, 우리는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5월 21일 소집된 비상총회에는 SBS 교양국과 보도국, SBS프로덕션, 외주사가 제작하는 14개 프로그램의 작가 114명이 참석했으며, 만장일치로 KBS구성작가협의회가 진행중인 <피디집필제> 전면거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SBS구성작가협의회는 KBS <피디집필제>의 전면중단과 함께 책임있는 경영진이 즉각 구성다큐작가들과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KBS 구성작가협의회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거부에 돌입할 경우, 그로 인해 결원이 발생할 수 있는 KBS 프로그램의 제작참여 제의를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밝힌다.
SBS 구성작가협의회
SBS 스페셜, TV 동물농장, 그것이 알고 싶다, 긴급출동 SOS 24, 김제동의 황금나침반, 뉴스추적, 대한민국 쿡, 생방송 투데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출발! 모닝와이드, 토요특집 출발! 모닝와이드, 한밤의 TV연예, 2009 희망 TV 대한민국이 떴다
KBS는 방송작가의 근간을 흔드는 지금의 파행을 중지하라!
KBS는 최근 작가제도 개선안이라고 불리는 ‘PD집필제’ 시도를 통해, 오랫동안 방송현장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해 온 작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작가들뿐만 아니라 함께 일해 온 PD들조차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성토하고 있는 PD집필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진정한 PD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작환경을 개선해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제작 현실을 무시한 제작비 삭감, 그것도 방송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프리랜서 직군의 임금 삭감만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10년 전보다 못한 제작환경 속에서 그래도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지독한 업무량을 밤샘으로 버텨온 방송작가를 제외하고 프로그램을 완성코자 하는 생각이 과연 일선에서 일하는 PD들의 의견이겠는가?
현장에 가지 않는 작가의 집필이 프로그램에 문제가 된다면 현장에 나가 취재할 수 있는 제작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한, 방송사의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면 쓸데없는 데스크 인력을 줄이고, 현장 제작인력은 보존하여 방송의 질적 저하를 막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선 피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작가진을 방송제작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대한민국 방송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EBS작가협회는 KBS 작가협회를 비롯한 SBS, MBC 작가협회와 보조를 이루어 KBS의 PD집필제 시행 대상 프로그램 11개에 대하여 보이콧할 것을 선언하며, KBS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KBS는 ‘작가 죽이기’ 계획인 일명 ‘피디집필제’를 즉시 철폐하라.
2. KBS는 방송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고 사과하라.
3. KBS는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KBS의 프로그램 제작능력 축적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하라.
2009. 5. 22.
EBS방송작가협회
KBS의 ‘작가 죽이기’를 비판한다
-작가를 ‘학살'해야 피디 역량이 살아난다고?
한국방송작가협회 정책팀
‘피디집필제’-허울좋은 기만극
최근 KBS는 작가제도 개선방안이란 이름으로 시사, 교양, 다큐 작가들을 제작현장에서 축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올해 봄 개편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작가 대신 피디가 직접 원고를 집필한다는, 이른바 ‘피디집필제’가 내건 명분은 피디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작가들은 피디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에는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피디 역량의 강화는 곧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라는 미디어조직의 경영 핵심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제품의 생산량이나 매출이익으로만 평가할 수 없으며, 그 무엇보다 중심에 놓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생산되는 콘텐츠의 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 KBS가 들고나온 대로 제작현장에서 작가를 몰아내기만 하면 피디 역량이 정말 강화될 것인가? 작가를 없애는 것이 방송 콘텐츠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정말 도움이 될 것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허울 좋은 기만극일 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현재 방송사에서 ‘기름을 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예산 절감책의 일환으로 보며 경제논리를 구호적 명분으로 분식한 허구적 담론일 뿐이라 규정한다.
봄 개편, 가을 개편으로 나누어 프로그램마다 피디 집필율을 퍼센테이지로 지정하고 있는 피디 집필률 강제 할당 방식이 이를 증명하며, 그 결과 봄 개편시 원고료 절감액 1억5천만원, 가을 개편시 원고료 추가 절감액 1억9천만원이라고 목표 절감액을 명기하고 있는 것이 또한 이를 증명한다.
피디 집필율 90%, 100% 수치만 달성하면 피디 역량 강화가 이루어지는가? 이런 계량주의적 사고야말로 지난 경제개발 시대의 목표달성 지상주의에 비견할 만한 것으로, 본말을 전도한 퇴행적 사고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NHK와 KBS-하늘과 땅 차이의 제작환경은 무시한다?
KBS는 지금 NHK를 벤치마킹한다고 한다. NHK에서는 시사, 다큐에 작가를 쓰지 않고 피디가 직접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NHK와 KBS의 제작환경의 차이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NHK는 TV에 종사하는 피디만 약 2400여명이다. 이중 보도국 피디를 제외한 피디가 1600여명, 거기서 NHK 본사 피디만 추리면 580여명. 그중에서도 또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보면, 교양 프로그램 피디는 모두 430여명(NHK 인사부 제공)이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KBS의 교양, 다큐 프로그램 피디수는 232명(2008 피디수첩)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NHK는 종합채널이 하나뿐이다. 그에 비해 KBS는 NHK의 절반밖에 안되는 피디로 종합채널 두 개를 메꾸어내고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 평균 제작기간도 NHK가 훨씬 길다(NHK 스페셜 경우 평균 4개월 이상). 거기다 최소 250여명 이상의 에디터들이 편집을 전담한다.
BBC는 또 어떤가? BBC는 아예 피디 숫자를 집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우리와 같은 정규채용 방식이 아니라 부서별로 필요한 인력을 경력 중심으로 그때그때 수시로 뽑는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혼재되어있어 자신들도 들고나는 전체 규모를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면 사정은 좀더 분명해진다. 영국의 대표적인 탐사고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파노라마>는 주간 30분물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동원되는 인력은 다음과 같다.
리포터, 카메라 3명, 커버필림 컨설턴트, 스틸사진, 온라인 에디터 2명, 그래픽, 더빙믹서, 웹프로듀서, 멀티플랫폼 에디터, PC(program coordinator), PM(program manager), 리서처, 프로덕션팀 6명(자료조사, 섭외, 현장취재 등),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3명, 필름 에디터 2명, 데퓨티 에디터 3명, 프로듀서 1명, 에디터 1명. 여기에 아이템에 따라 한두명의 언더커버 리포터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잠입 혹은 위장 취재를 한다(www.bbc.co.uk).
여기서는 리포터가 우리 시스템에서의 디렉터에 해당하고 PC, PM은 프로그램 행정업무를 총괄지원하는 자리이며, 에디터는 최고책임자 CP를 뜻한다. 어쨌든 주목할 점은 한 사람의 리포터를 중심에 놓고 그 외에 프로듀서가 4-5명, 프로덕션 팀이 또 6명 가동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뒷받침을 받으면서 한 사람의 리포터는 연간 30분물 프로그램 5-6개를 생산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방송제작 시스템은 모든 지원을 최소화하고 디렉터(우리 표현으로는 피디) 한 사람의 어깨에 행정, 취재, 제작, 편집의 모든 업무를 짐지우는 방식으로 구축되어왔다. 리서처와 AD(어시스턴트 피디)조차도 한 프로그램을 전담하지 못하고 팀제로 운용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인 것이다. 작가가 도입된 것도 이러한 한국적 방송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프로그램 질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보면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환경은 개선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작가만 없앤다고 돌연 피디 역량이 강화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조치는 피디들을 더욱 가혹한 노동으로만 몰고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말이다.
작가료 절감을 위해 자해행위하는 KBS
‘피디 역량 강화’라는 명분은 피디들에게는 사실 모독적인 명분이다. 이러한 명분은 다른 말로 하면 현재 KBS 피디들의 역량이 형편없다는 말에 다름아니며, 그러므로 작가를 배제하고 피디가 집필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KBS 프로그램이 볼만하게 나간 것은 사실 작가들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에 진배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KBS가 대외적으로 왜 이런 자해행위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전면적인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에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정말 훌륭한 피디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피디집필제’라는 구호적 명분이 나오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스스로 집필을 하기도 했고, 작가를 기용하더라도 진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줄 알았다. 이런 좋은 피디들의 역량이 작가의 존재 여부에 좌지우지되겠는가?
설혹 사측의 주장대로 ‘역량 없는’ 피디들이 있다 하더라도, 정말 이들이 역량이 없다면, 이들을 도와주던 작가를 없앤다고 그 ‘없는 역량’이 하루아침에 끌어올려지겠는가?
총체적으로 볼 때, KBS 제작능력은 NHK 피디들보다 못하지 않을 뿐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감안한다면 훨씬 뛰어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 제작능력을 만들어낸 주체가 바로 ‘피디’와 ‘작가’였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존재가 그나마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게 해준 유일한 조력자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작가료를 절감하기 위해 피디 집필율을 강압한다면, 그런 방송사의 경영진은 방송의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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