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판 위원회151 1992년 '결혼이야기'가 2012년 '도둑들'로 진화하기까지, 한국 기획영화의 발전과정 1세대 기획영화, 1992년의 여름은 뜨거웠다. 우리 대중문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 그해 5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데뷔했다. 6월에는 최수종·최진실 주연의 미니시리즈 (MBC)가 방영되었다. 그리고 그해 7월, 김의석 감독의 (최민수·심혜진 주연)가 개봉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라드 위주의 음악시장을 댄스음악 위주로 바꾸고, 가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가 되었듯 서울에서만 52만 관객이 든 는 기획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가내수공업’ 형태의 한국영화가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바뀌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는 한국영화에 전문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그 전까지 감독이 혼자 시나리오·캐스팅·홍보·마케팅까지 다 하던 것을 프로듀서가 맡아서 하게 했다. ‘기획은 길게 하고 .. 2012. 8. 20. 꼼꼼히 비교해 본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vs 런던올림픽 개막식 사회주의 국가에서 치른 우파적인 개막식 vs자본주의 국가에서 치른 좌파적인 개막식 주> 이 글은 시사IN 김동인 인턴기자의 자료도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행사는 바로 개막식이다(한국은 예외일 수 있다. 금메달이 달린 경기나 축구경기 시청률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올림픽 개막식은 원래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선수 퍼레이드는 1908년 런던 올림픽 때, 비둘기 대량 방출은 1924년 파리 올림픽 때 시작되었다. 장거리 성화 봉송 등 올림픽 개막식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체계를 갖춘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의 일이다. 체제 선전의 필요성이 절실했던 나치 정권은 개.. 2012. 8. 14. 여름을 똑똑하게 보낼 수 있는 정재승 교수의 책들 1>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물리학으로 영화를 읽었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41·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이번에는 뇌과학으로 영화를 읽었다. 천체물리학자로서 우주의 섭리를 연구하다 인간의 뇌라는 소우주에 천착하게 된 자신의 과학적 궤적을 따라 영화읽기의 관점도 변한 것이다. 젊은 물리학도 시절 그의 영화읽기가 ‘영화처럼 진짜 그럴까’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해주었다면 중년의 뇌과학자가 된 지금의 영화읽기는 ‘인간이란 그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위로를 준다. 정재승 교수는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과학자로 통한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을 전공할 때는 달랐다. “천체물리학은 우주의 탄생과 섭리를 탐구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 그런데 128광년 떨어진 시그너스X1 중성자별에 대해서 쓰는 것이.. 2012. 8. 9. '왕후장상의 연극은 따로 있나'에 대한 논쟁 주> 서울연극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 '연극IN'에 게재했던 글에 대해서 백승무 평론가님이 반론문을 보내셔서 '논쟁 아닌 논쟁'을 했는데...제가 썼던 원문과 백 평론가님의 반론문, 그리고 저의 재반론문을 올립니다. 연극IN에는 분량을 줄인 글을 올려서...이곳에 풀텍스트를 올립니다. 1) 고재열 왕후장상의 연극이 따로 있지 않다면 - 가치의 발견에는 경계가 없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연극계도 반상(班常)의 구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은 비평과 평론, 보도와 시상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작품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평단과 언론에서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연극이다. 대놓고 상업극에 대해 비평을 하는 평론가는 없다. 관객이.. 2012. 8. 7. 왕후장상의 연극이 따로 있지 않다면 - 가치의 발견에는 경계가 없다 주> 서울연극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 '연극IN'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이 글에 대해 백승무 평론가님이 반론문을 보내셔서 '논쟁 아닌 논쟁'을 했는데...일단 발단이 된 원문부토 게재합니다. 왕후장상의 연극이 따로 있지 않다면 - 가치의 발견에는 경계가 없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연극계도 반상(班常)의 구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은 비평과 평론, 보도와 시상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작품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평단과 언론에서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연극이다. 대놓고 상업극에 대해 비평을 하는 평론가는 없다. 관객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작품에 대해서 평을.. 2012. 8. 2. 남과 북의 문화예술 대표 지킴이 '최순우'와 '변월룡' 주> 여름에 읽을만한 책 두 권 소개합니다. 남과 북에서 문화예술을 지키고 근간을 놓은 두 문화예술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한의 최순우, 북한의 변월룡...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한 번쯤 기릴만한 삶인 듯 합니다. “혜곡 최순우는 보수의 표상이 될 만한 인물” 문화인물 전문 전기작가인 이충렬씨의 책은 늘 허를 찔렀다. 당연히 전기가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 인물을 콕 찍어서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말끔히 뽑아낸 전기를 선보였다. 2년 전 써낸 ‘간송 전형필’ 전기가 그랬고 이번에 펴낸 도 그랬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 든 생각은 ‘아직 전기가 없었나?’였다. 간송 전형필에 이어 혜곡 최순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수집가 간송이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이라면 국립박물.. 2012. 8. 1. 용산 다큐 '두 개의 문'의 두 감독 인터뷰 다큐멘터리 을 지면에 맨 처음 소개한 사람은 정혜윤 PD였다. ‘오늘도 여행 중’이라는 연재 칼럼에서 “뭘 어쩔 수 있겠어,라는 사람들의 체념과 망각이 실은 진실의 문을 잠그는 자물쇠”라며, 이 영화를 통해 용산참사를 다시 기억하자고, 그래서 진실의 문을 열어보자고 했다(제237호 ‘진실의 문은 누가 잠갔나’ 참조). 두 번째로 소개한 사람은 격주로 영화평을 연재하는 영화 에세이스트 김세윤씨였다. 김씨는 이 용산참사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며 “처음으로 ‘호소’라는 단어를 쓴다. 호소한다. 을 봐달라. 꼭 봐달라. 꼭! 일단 본 다음에 얘기하자”라고 호소했다. 원고를 보내며 그는 “ 모든 기자들의 관람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기사에서 다뤄줄 것을 요구합니다”라는 메모를 덧붙.. 2012. 6. 27. '은교'의 작가 박범신, "이적요는 세 번 굴욕 당했다" 사형장에서 가장 당황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사형장의 분위기를 조용히 이끄는 사람은 누굴까? 뜻밖에도 사형수라고 한다. 사형수가 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의 죽음을 편안하게 이끈다고 한다. 왜? 그들 중 죽음을 준비한 사람은 사형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없이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죽음에 대비한 사형수만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 박범신(66)에게 소설 는 사형수에게 다가온 사형과도 같은 소설이었다. 사형처럼 다가온 늙음에 대해 성찰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 이것이 가능하냐 그렇지 않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 통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작가에게는 더 중요했다. 2년 전 출간된 가 영화.. 2012. 6. 21.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7편 연속 흥행 실패!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두 번째 죽음 . ..최근 1년간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7편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2000년대 초 이후 두 번째 ‘집단 폐사’다. 그 이유는 감독 탓일까, 아니면 시스템 탓일까. . 최근 1년간 개봉된 이들 한국 영화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제작비가 100억원 내외인(는 300억원)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흥행에 참패 혹은 석패한 영화라는 점이다. 대작 영화 일곱 편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계는 집단 ‘멘붕(멘탈 붕괴)’에 빠져 있다. 물론 이들 일곱 편을 ‘흥행에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묶는 것은 무리한 일반화일 수도 있다. 의 경우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은 관객이 들었고, 과 는 평단으로부터 ‘한국 영화의 지평을.. 2012. 6. 15. 색다른 문화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안합니다 주) 시사IN B급 좌판에 소개한 문화예술 콘텐츠인데...시간 지난 것을 빼고 나니 많지 않네요. 일단 일곱 가지 제안합니다. 저도 챙겨서 보려고 하는데... 루비레코드 공연 아주 친절한 로커들 허름한 인천의 뒷골목 루비살롱에서 시작한 루비레코드는 서울 홍대 앞 주류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인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본격 메탈 음악으로 꾸린 ‘록키드의 천로역정’ 시리즈를 계속 진행하는 것도 일종의 초심 유지를 위해서다. 세 번째 시리즈인 이번 공연에는 ‘허클베리핀’ ‘더 문샤이너스’ ‘이장혁’ ‘블랙백’이 출연한다. 그리고 인천의 유명 헤비메탈 밴드 ‘사하라’의 보컬 우정주가 우정 출연한다. 록 공연이지만 매우 친절한 공연이 될 예정이다. 이장혁은 공연 전에 팬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 2012. 6. 3. 대학로 연극을 100배로 즐기는 방법 대학로 연극을 100배로 즐기려면... 대학로 연극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품을 많이 팔수록 좋다. 그러나 힘들게 발품을 팔 필요는 없다. 클릭과 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포털 사이트에도 연극 정보가 많지만 플레이DB(www.playdb.co.kr)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연극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대학로 공연 안내’라는 스마트폰 앱도 도움이 된다. 대학로 소극장은 구석구석 숨어 있어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음 로드뷰를 활용해 주변 건물을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팔 생각이라면 대학로 대로변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위 사진)를 찾으시라. 연극 관련 정보가 한데 모여 있다.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인 혜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할인 혜택이 많은데 보통 .. 2012. 6. 3. 시대극, 시대를 희롱하거나, 관객을 조롱하거나 시대극, 시대를 희롱하거나, 관객을 조롱하거나 ‘나는 꼼수다’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시사’가 유행 코드가 되었다. ‘시사 개그’가 웃음코드가 되었고 등 시사적인 영화가 흥행했다.‘닥치고 시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19대 총선까지 콘텐츠의 주류는 단연 시사였다. 19대 총선이 야당의 참패로 끝나고 ‘멘탈붕괴’를 겪으면서 시사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대학로도 여전히 시대극(혹은 사회극)이 대세다. 시대극을 표방하거나 시사적인 내용을 환기하거나 암시하는 작품이 즐비하다. 시사주간지에서 일하다보니 아무래도 시대극에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간다. 그래서 제법 챙겨보았다. 시대극 중에는 감탄할 만한 걸작도 있었지만 아쉬운 작품도 많았다. 좋은 시대극은 시대.. 2012. 5. 29. 이전 1 2 3 4 5 6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