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판 위원회151 요즘 연극이 '독재시대'를 추억하는 이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은 공간개념이 아닌 시간개념에서도 적용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도 당대에는 비극이지만 지나고 나면 희극이 되는 것이다. 비극이 희극을 잉태하기 때문에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처음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라는 칼 마르크스의 명제가 성립한다. 요즘 연극계의 화두는 ‘독재 시대 연극’이다. 독재 시대를 기억하거나 그 당시의 에피소드를 다룬 연극이 줄 지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기억의 방식은 주로 희극이다. 고통스러운 시대를 즐겁게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비극이 타인에게는 희극’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는 비극이 자신에게는 희극’이 되는 것이다. 유신 시대 유신 반대 유인물을 만들었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 2010. 4. 24.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할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크레이지 다큐멘터리’ 은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할 영화다. 인천 부평의 모텔촌 한가운데 자리 잡은 클럽 ‘루비살롱’에서 활동하던 록밴드 ‘오바(오버)지존’ 갤럭시익스프레스의 광란과 ‘루저 킹’ 타바코쥬스의 지질함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 음악영화는 크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왜? 로큰롤은 속삭이는 음악이 아니니까. 을 보면 영화 이 떠오른다. 1970년대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활동하다 서울로 올라와 고고 클럽 ‘닐바나’의 전설이 되었던,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수상 상품으로 받은 밀가루 한 포대로 시작해 사치와 방탕에 빠져들었던 ‘데블스’의 자식들 이야기 같다. 그리고 30년의 시간만큼 진화해서 더 신나고 더 지질하고 더 방탕하다. 어떻게 해서 밴드 이야기를 영화화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밴드를 불러.. 2010. 4. 23. 인터넷 무료 개봉 선택한 '섹스 볼란티어' 는 사랑으로서의 섹스가 아니라 봉사로서의 섹스가 가능한지를 묻는 영화다. 지체장애인에게 섹스로 자원봉사하는 여대생과 이를 돕는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 이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 조경덕 감독은 끈질긴 취재로 이를 취재해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조 감독은 이 영화를 인터넷으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개봉을 하기 위해 그는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곳은 없었다. 이상한 성인채널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있었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 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결국 조 감독은 수익은 해외 판권을 통해 얻기로 하고 인터넷 개봉을 선택했다. 어떻게 장애인 이야기를 영화화할 생각을 했나? 정윤철 감독이 그.. 2010. 4. 22. 독립영화 감독은 영화를 '세 번' 찍는다 4월15일과 4월22일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일제히 개봉하는 날이다. 왜일까? 대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 즉 극장가의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4월15일에는 가, 4월22일에는 등이 개봉한다. 역설적으로 비수기에 좋은 영화가 많이 개봉한다. 주류 배급사들이 비수기라며 외면하는 이 시기에 비주류 배급사들은 ‘흥행 패자부활전’을 위해 사활을 건다. 4월15일 공식 개봉하는 은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1만명 시사회를 열었다. 노근리 학살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내기 위해 ‘인해전술’을 편 것이다.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화에 출연한 문성근·문소리·이대연 등 배우들과 역시 대가를 받지 않고 참여한 제작진이 함께 전국을 돌며 무대인사를 하고 영화를 홍보했다(142명 배우 전원과 229명 스태프 전원 .. 2010. 4. 20.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원작 동영상을 공개합니다 문화현장 고수들이 추천하는 'B급 좌판'입니다.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위 동영상은 원작만화 동영상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직접 받아서 올립니다. 이준익 감독님이 연출하고 황정민 차승원이 주연한 동명 영화가 이달 말 개봉합니다. 미리 맛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보는 조선시대 노비와 노비를 쫓는 자와 노비로 전락한 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가 끝났다. 업복이와 대길이와 송 장군이 떠나 허탈한데 이준익 감독이 그 빈자리를 메워줄 것 같다. 조선시대 적서 차별에 시달리던 서자들의 이야기 을 들고 4월 말 찾아온다. 박흥용 만화가의 (1994년)은 이 영화의 원작 만화다. 영화에 앞서 일독을 권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으로 선정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만화의 두 주인공, 서자 출신 망나니 .. 2010. 4. 15. '예술가 사기 분양' 실현시킨 최고의 '예술 사기꾼 부부' 6년 전 한 예술가 부부가 예술가들을 상대로 ‘사기 분양’을 벌였다. 몇 년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을 예술가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한다는 것이었다. 건물주인 한국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로부터 분양권을 임대받은 적도 없었다. ‘무데뽀’였다. 임대료 없는 ‘무상 분양’이었다. 필요한 건 ‘깡’이었다. 예술가 500여 명이 분양에 참여했다. 그중 10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예술인회관을 무단으로 점거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예술인들의 첫 공간점거(스쾃)의 작전명은 ‘오아시스 프로젝트’였다. 예술가에게 오아시스는 바로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오아시스를 찾아 부부는 계속 무단 점거를 도모했다. 대학로 문화예술위원회 부속건물을 점거하기도 하고 홍대 앞에서 예술가들과 포장마차를 열기도 하는 등 계속.. 2010. 4. 15.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재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잘못된 점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그런 궁금증을 갖는 분들에게 최병성 목사님의 를 추천합니다.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간결하고 명징하게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수경스님 문규현 목사와 함께 4대강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그의 메세지는 간단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합니다." MB정부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4대강 개발 사업을 막고 있는 종교인이 3명 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인 수경스님, 생명평화마중물 이사장 문규현 신부, 그리고 블로거 최병성 목사가 바로 그 ‘걸림돌 트리오’다. 이들은 4대강 도보 행진 등을 통해 사.. 2010. 4. 14. '이것이 진짜 만화다' 르포르타주 만화 10선 만화카페 룰루랄라 운영자 이성민님이 추천한 '르포르타주 만화 10선'입니다. 저도 이 리스트 대로 한권 한권 정복하고 있습니다. 르포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호철, 거북이북스 어떤 찰라. 삶이 녹아있는 한 순간. 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단 한 칸의 그림 안에 묘사된 이들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다. 새로 들어서는 빌딩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 낡은 골목 어귀에까지, 작가의 시선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오영진, 길찾기 한국전력 직원으로 경수로 건설현장에 근무했던 만화가 오영진의 작품. 제한된 지역 안에서의 한정된 경험이긴 하지만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북한에서의.. 2010. 4. 13.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정치부 기자들은 우스갯소리로 국회의원이 299명 있는 국회에는 대권 시나리오가 299개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느티나무아래 출판사에서 대안적인 대권 시나리오를 공모했다. 이름 하여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들의 즐거운 상상’. 4개월간의 공모기간을 거쳐 20편이 뽑혔다. 본인의 2017년 대선 당선 인터뷰를 기고한 딴지일보 김창규 기자(정치부)가 가장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줘 ‘으뜸상’을 받았다. 일단 집권하면 CEO 능력이 검증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를 총리에 임명한다고 한다. 김 기자의 기고문을 비롯해 당선작 20편이 책으로 묶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서울대 법대를 나왔더라면’이라고 가정해보는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상상력을 불어.. 2010. 4. 13. '광화문 괴물녀' 소동, 예술이 괴물이 되는 시대 지난주 금요일 다급한 목소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서울변방연극제 임인자 예술감독님이셨습니다. 광화문에서 변방연극제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것이 인터넷에 '광화문 괴물녀' 소동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론이 '광화문 괴물녀' 현상을 부추겼기 때문인데, 무척 당황스럽다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연출하신 분의 취지를 시사IN 인터넷뉴스로 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연출의도를 담은 글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시사IN 홈피에 올리고 포털에도 전송했는데,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광화문 괴물녀' 소동은 시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하면서 빚어진 소동인 듯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잘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독설닷컴'에도 올립니다.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임인자.. 2010. 4. 12. 백만년만의 연극 리뷰, '대학살의 신' 어제 백만년만에 연극을 한 편 보았습니다. 그래서 백만년만에 연극리뷰를 올립니다. 대상 작품은 '대학살의 신' 의 작가 야스미나 레쟈가 쓴 은 2009년 토니상 최우수연극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지일 김세동 서주희 오지혜 등 짱짱하고 깐깐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대학로예술극장에서 4월6일부터 5월5일까지.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아이가 공원에서 막대기로 다른 아이의 얼굴을 내리쳤다. 다른 아이는 이빨 두 개가 부러졌다. 연극은 이 일을 사과하러 온 때린 아이 부모와 맞은 아이 부모가 협상하고 어긋나고 다투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오해하고 과시하고 밝혀지고 모독하고 모독당하는 이야기다. 이 모든 일이 맞은 아이 부모의 집 거실에서 일어난다. 외부로 연결되는 것은 전화를 주고 받을 때 뿐이다. 어찌보면.. 2010. 4. 7. 4월에 놓치지 말아야 할 '키 작은 영화들' 3월~4월은 영화계 비수기입니다. 학생들이 개학하고/개강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영화관이 썰렁하죠. 키 큰 영화들은 이때 개봉하기를 꺼리는데, 덕분에 '키 작은 영화들'이 기회를 얻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기에는 이 때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제가 본 세 작품 소개합니다. 1> 경계도시2 (상영중) 자신이 '고뇌하는 먹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를 추천합니다.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수사에 관련한 내용이지만, 이명박 시대 '진보의 퇴락'과 관련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이 영화를 보시면 그 맹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에 갇힌 인조를 떠올렸습니다. 그의 신하들이 주전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각축했듯 송두율 교수를 .. 2010. 4. 6. 이전 1 ··· 9 10 11 12 13 다음